착탄(+)
< 착탄 >은 이라크 전쟁을 모티프로 하여 시작한 글입니다. 실제 이라크에 대량 살상 무기(WMD)가 없었는데도 미국은 그것을 근거로 하여 제2차 걸프 전쟁을 시작합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지속된 전쟁은 미드 < 제너레이션 킬 >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착탄의 영어 제목은 < SCOPE >이며 총기 부품 중 하나입니다. 총을 들 수밖에 없는 운명의 두 주인공이 쏜 탄환이 결국 어디에 떨어지게 될까, 고민하며 정한 제목입니다.
유리가 가명으로 썼던 ‘에셀’은 실제 사막에서 자생하는 나무입니다. 타마릭스의 일종으로 아폴론이 가장 좋아하는 식물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글에 나와있듯이 땅속 깊이 있는 지하수를 흡수하고, 주변 영토의 염분을 높인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유리의 특성과 잘 어울려서 성 씨로 채택했습니다. 실제로 중동 쪽에서 사용하는 이름이기도 해요.
의진의 성은 신(神)을 중의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썼습니다. 결국 재회한 두 사람, 그리고 언제까지라도 의진의 신으로 남을 유리의 성 씨의 변화 역시도요. 조연으로 매디슨 로페즈 Madison Lopez(켄), 헌터 밸런타인 Hunter Valentine(바비), 루크 밀러 Luke Miller(고골), 마야 홈즈 Maya Holmes등이 있습니다.
마야는 < 제로 다크 서티 >의 동명의 주인공을 모티프로 하였으며, 해당 영화의 주인공이 모델 삼은 사람도 따로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세계일보의 “CIA 최고 영웅 실상은 고문의 여왕”이라는 기사를 읽어보심 좋습니다. 이외 앞선 세 사람은 제 상상 속 인물입니다. 이제껏 읽은 책이나 영화에서 조금씩 차용한 건 있지만요.
챕터 별 소제목의 의미
1부
00. Barret → 총기의 이름
01. District 9 → 동명의 영화인 ‘디스트릭트 9’에서 착안
02. The Deserter → 탈영병
03. Abaddon → 악마인데 또다른 정체가 아폴론이라는 가설이 있음, 착탄에선 지옥으로 사용
04. Delta 9 → 과거 의진의 콜사인
05. Truth or Dare → 외국판 진실 게임(동명의 영화 있음)
06. Operation Pale Blue Dot → 작전 명 창백한 푸른 점
07. Pathfinder → 길잡이, 화성 탐사선 ‘마스 패스파인더’
08. Devil's Advocate → 일부러 반대 입장을 취하는 사람(동명의 영화, 노래 있음)
2부
09. Aftersensation → 잔류 감각
10. The Stranger → 낯선 사람, 타인
11. A Sunset Glow → 일몰, 저녁 노을
12. Hail of Bullets → 빗발치는 탄환(백린탄 해일의 중의적 표현)
13. The Sin of Adam → 원죄(原罪)
14. The Most Brilliant Comet → 가장 빛나는 혜성
3부
15. Romeo Out → 유리의 콜사인+무전 아웃
16.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 꺼지지 않는 빛이 있다, 노래제목
17. Heroes → 영웅들
18. The Sparrow → 참새
마그레브, 마쉬리크, 파르스, 미스르 모두 요르단+시리아, 이라크, 이란, 이집트의 고유 지명 중 하나입니다. 과거 왕조 시설 나라 이름을 따오기도 했고, 대한민국을 남한, 북한으로 부르는 것처럼 짧게 축약한 단어를 따오기도 했습니다.
힐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명은 실제로 존재하는 곳입니다. 거주하는 종교의 분포 역시 조사하여 사용한 것이고요. 바스라 유전지대나, 의진이 탄 국도나… 구글 맵을 보며 경로를 짰습니다. 배경 삼은 국가들이 출국권고 혹은 여행금지 등인 위험한 나라라 정보가 많이 없어 상상으로 메꾼 것도 많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처럼 현대의 전쟁은 더 잔인하며, 단순히 종교나 인구 등의 문제 뿐만 아니라 석유, 희토류, 영토 등 자원 약탈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서 함정을 많이 파두었습니다. 일례로 유리의 대사에서도 나오죠.
“전쟁을 일으킨 이유는 결국 명분에 불과해. 국토이든, 자원이든 무언가를 얻으려 할 거라고. 역시 간단하게 돈일까? 어느 나라건 전쟁 특수를 누리면 발전하지. 상당히 일차원적인 성장이지만,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거야.”
이라크 전쟁은 정부(수니파) vs 국민(시아파) 대립 관계에서 미국이 개입하였고, 사담후세인(수니파)가 죽음으로써 끝이 났습니다. 시리아 전쟁은 반대로 정부(시아파) vs 국민(수니파)로 내전이 지속되었고요. 정부+이란+러시아의 협동으로 국민을 공습한 것처럼 현대의 전쟁은 한 국가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나씩 이유를 따지기엔 너무 많은 이해 관계가 얽혀있기에… 여기까지만 설명하겠습니다. 전쟁은 어떤 이유로든 ‘The War To End All Wars’의 형태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지요.
이어서, ‘백린탄’은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금지 무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전쟁에서 연막탄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헤일리가 개발한 해일은 단순한 연막이 아닌 정말 다수의 사람을 단숨에 죽이는 화학 무기로 컨셉을 잡았습니다. 현실에는 없지만, 모두가 위험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백린탄의 형태를 띄었다, 라고 이해해주시면 될 듯해요.
희토류에 대한 환상도 마법의 물질처럼 알려져있는데요. 저 또한 만능인 물질로 알고 있었지만, 알아 본 결과 많은 산업에 필요한 원료임은 분명하나 그것을 순수하게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코스트, 환경 문제로 인해 외려 개발을 포기하는 국가도 많다고 합니다. 희토류 분야에 있어 중국이 제일(一) 수출국인 이유는 아무래도 이런 부분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블랙워터는 바그너 그룹 같은 용병 회사입니다. PMC라고도 합니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 당시 파병 간 PMC 소속 용병이 민간인을 무차별 살해해 종신형을 선고 받은 적도 있습니다. 동명의 회사 이름을 그대로 차용하였으며(게으름의 문제는 아닙니다) 여러 전쟁 범죄로 인해 청문회 등 이슈화 되자 사명을 Xe → 아카데미로 바꿨습니다. 여러 전쟁, 드라마, 게임 등에 오마쥬 될 만큼 상당히 유명한 PMC 입니다.
우습게도 제네바 협약에선 용병을 불법으로 규정하는데 미국은 해당 협약을 비준하지 않습니다. ICC(국제 형사 재판소)도 마찬가지고요. 제동 걸릴 수 있는 모든 제약에서 한 발 물러나 있습니다.
재판에 관해 찾아보다 보니,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전쟁에서 위키리스트를 통해 전쟁의 참사에 대해 알린 군인이 있더군요. 죄목을 공부하기 위해(?) 여러 기사를 읽으며 참고했습니다. 아스푸르는 초반에 존재감 없는 맥거핀으로 지나갈 존재였으나, 짜잔, 진짜로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재, 아스푸르야 말로 모든 시선을 끄는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도 제 믿음을 위해 한 발짝 나아간다는 점이 그를 더 돋보이게 하고요.
영화 ‘성스러운 거미’에 대한 칼럼 중에 “인간은 타의로 태어난 삶 속에서 자신의 소명에 관한 질문을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 "신은 존재하는가", "신은 왜 나를 탄생시켰으며 어떤 섭리가 나의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가" 등의 질문 말이다.” 으로 시작하는 글이 있는데요. 아스푸르는 답을 찾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유리의 집, 아름다운 저택은 일일이 구글 맵을 뒤져가며… 실제로 모티프 삼은 곳이 있습니다. 미국 메릴랜드 주 베서스다 지역의 테니스 클럽이 있는 스트리트를 찾아보세요.
나세르는 아랍어로 독수리라는 뜻이며 사끄르는 매, 아스푸르는 참새 입니다. 발음은 조금 다를 수 있으나 최대한 읽을 때 낯설지 않은 조합으로 차용했습니다.
끝으로...
유리라는 사람에 대하여
공리주의를 극혐하는 유리는 누누이 말했듯이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에 무조건 따르지 않습니다. 군대는 알듯 말듯,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그 어느때보다 변칙적인 병신 같은 집단이라 잘 맞았다고 합니다. 부모의 직업도 직업이지만, 살면서 여행도 많이하고, 대학도 나왔고, 배운 것도, 해본 것도 많은 사람이라서 더더욱 이해할 수 없던 타인의 감정-깊은 사랑, 막연한 믿음-을 터부시하지 않았을까요. 유리야말로 몸으로 체득하는 사람이니까요. 직접 경험하지 못한 건 믿지 않는, 뭐 ㅎㅎ 그런.
궁극적으로 유리는 선이 되었지만, 그가 한 모든 행동이 선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실제 그는 살고자 살인하였고, 델타 포스에 속해있던 시절 많은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가 누구이든 간에요.
사막에선 의진(선)에게 가는 길이 옳았기에 어떤 개입이 존재하였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제가 노트에 항상 적어두는 말이 있는데요. ‘Fake it till you make it’ 그런 척하면 정말 그런 사람이 된다고, 좋은 사람인 척하면 정말 좋은 사람이 될 거 같다는 생각에요. 유리간 한 행동에 대한 결과도 그런 것입니다.
의진이라는 사람에 대하여
의진은 ‘태어나보니 지옥인’ 사람입니다. 부족한 거 없이 넘치도록 사랑 받은 유리랑 다르게요. 결핍, 차별, 고난이 일상인 사람은 올바르게 자라기 어렵기 마련인데(환경적으로) 그래도 의진은 곧게 잘 자랐습니다. 더 엇나가지 않고, 스스로 상처받지 않도록 도망쳤습니다. 아픔을 직면하는 게 꼭 정도는 아닙니다. 도망치는 것도 하나의 길이에요. 의진에겐 그것이 숨통이었고요.
사막의 하늘을 바라보며 희망을 내버린 사람이 유리를 보며 어떻게든 살고 싶다고 생각한 것만 보아도, 도망쳐 도착한 곳에 낙원이 있어 보이지 않나요? 예전엔 모든 위험에 맞서 싸웠는데, 지금은 피하는 것이 낫다고 여깁니다. 아프지 않고, 잘 사는 게 제일이에요. 누가 뭐라 해도 나의 가치는 내가 정하는 법이니까요.